간암표적치료 약제 이상반응 두려워 말아야

과명 : 소화기내과 / 교수명 : 조성범

간암표적치료 약제 이상반응 두려워 말아야

조성범 화순전남대병원 소화기내과교수

코로나19와 무더위로 여느 때보다 힘든 여름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소화기내과의 간암 환자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 시기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많은 환자들의 육체적, 심리적 어려움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간암은 우리나라 암 사망률 2위로, 흔히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으나 10여년 전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 5년 생존율이 20.5%에서 37%까지 늘어날 정도로 간암치료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간암 표적 치료제는 후속 치료제와의 연속 치료 시 최대 2년의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며 10년이 지난 지금도 간암 1차 치료의 주요 옵션이다. 더욱이 중등도 간기능 환자를 비롯해 보다 넓은 환자군에 투여가 가능하며, 건강보험 급여를 통한 경제적 부담 완화 등을 토대로 간암 치료의 든든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표적 치료제 사용시 일부 환자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인 '수족증후군(Hand-foot skin reaction)'은 환자의 치료접근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족증후군이 약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일종의 '예후 예측 마커'로 해석할 수 있다는 데이터들도 도출되고 있다. 수족증후군은 표적 치료제 사용 시 흔히 나타나는 일종의 피부 이상 반응이다. 수족증후군이 나타나면 손과 발의 피부가 벗겨지거나 들뜨는 현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감각 이상, 따끔거림, 피부 박리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해 간혹 치료 중단을 요청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수족증후군이 나타나면 오히려 긍정적인 예후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연구를 통해 수족증후군이 나타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생존기간 중앙값이 적게는 약 8개월, 많게는 약 17개월까지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수족증후군을 포함한 피부 이상반응이 발생한 환자에서 2배 가까이 더 긴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수족증후군을 경험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치료제의 효과가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한 수족증후군은 표적 치료제 복용 후 3개월이 지나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고, 잘 관리된다면 지속해서 나타나지 않고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것이 최근의 공통된 견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진료 현장에서 10여년 이상의 처방 경험을 쌓아온 만큼 수족증후군을 관리하는 의료진의 임상 경험과 노하우도 꾸준히 축적됐다. 따라서 수족증후군이 발생하더라도 무작정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할 것이 아닌 담당 의료진과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를 함께 병행하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환자 스스로는 표적 치료제 투여 전 각질이나 굳은 살을 제거하고, 두꺼운 면장갑이나 면양말을 사용해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처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향이나 거품이 없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살리실산 등이 함유된 보습제를 사용해 각질을 부드럽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암 환자들을 만나는 전문의의 한 사람으로서, 의료진과 환자가 용기를 갖고 치료 경험을 쌓아나가는 만큼 더 나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믿는다. 과거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꼽혀온 현상이 긍정적 결과를 예측하는 지표로 재평가되는 '반전'도 일어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마시라고 말하고 싶다. 이 같은 새로운 발견이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일깨우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할 수 있도록 북돋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포기하지 않고 치료한다면 누구에게나 희망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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